Q. 최초 디자인 컨셉은 어떤 의도였나?

A. 처음에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고 공간을 보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처음에 들은 말은 뻔하지 않은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고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행동학 진료를 한다고 들었다. 그 말에 어떤 설렘이 느껴졌고 그에 걸맞은 병원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말을 못하는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곳인 만큼 감성적인 병원을 말이다. 그리고 병원이름을 정하는 단계에서 몇 가지 후보 중에 느낌이 온 이름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의 동물병원’이었다. 다행히 그녀의 동물병원으로 결정됐고 그 이름에서 최초에 느낀 것이 아름다운 여자와 예쁜 강아지가 주말에 공원에 산책을 나가는 상상이었다. 이것이 최초 디자인 컨셉이 됐다.



Q.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나 고민은 어떤 것이었나?

A. 현장의 컨디션, 공간의 특성을 잘 살려서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첫 번째 고민이었다. 현장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층고가 4m로 높은 편이다. 층높이가 높고 공간이 깊은 형태를 갖고 있어서 이 부분이 최대한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 크고 넓은 공간도 그대로 매력이 있지만 이런 공간은 이런 공간대로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이 최대한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다음으로 신경 쓴 것은 병원으로서의 기능적 동선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각종 룸을 나누고 마감재를 선정하는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모든 진료를 다 보는 종합병원이 아니라 특정한 전문 진료 과목이 있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이라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동물병원이나 기존에 작업했던 공간과는 동선을 짜거나 공간을 구획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에게 전문분야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의도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사실 모든 디자이너에게 공통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산과 효율은 언제나 고민이다.



Q.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는가? 

A. 한가지, 어려웠다기보다는, 그녀의 동물병원에는 병원 안에 외부 테라스와 이어지는 놀이터가 있다. 동물병원이니까 당연히 반려동물들이 다닐 수 있도록 폭이 넓은 계단을 설치하려 했다. 기능적으로도 또 계단을 사용하는 반려동물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일반 계단 높이보다 높은 부분이 일부 생겼다. 클라이언트께서 작은 반려동물들에게는 높은 계단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 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동물병원을 디자인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 낯이 뜨거웠다. 말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을 위한 디자인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낮은 곳에서 생각해야 했다는 점이 어렵다면 어려웠던 것 같다.



Q. 아무래도 전문적인 분야가 있는 공간이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전문성이 디자인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클라이언트와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나?

A. 그녀의 동물병원 클라이언트께서는 기존에 동물병원을 이미 개원하셨던 경험이 있으셨다. 그만큼 누구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고 계셨고,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의 입장에서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이해가 가능한 분이셨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반려동물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 했던 부분을 일러주기도 하셨고, 그만큼 사려 깊고 꼼꼼하신 분이라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경청하려 노력했다. 이번에도 그렇지만 늘 다른 클라이언트들과도 그런 편이다. 클라이언트가 일과 관련해서 하는 말은 정말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듣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내 생각을 전달함에 있어서도 부지런한 편이다.



Q. 전문성이 있는 클라이언트라 특별히 바라거나 원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A. 클라이언트가 원했던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보호자의 만족을 이끄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보호자의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일차적으로는 병원을 찾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했다. 병원 옆에 마트가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잠깐 맡기고 마트에서 볼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 공간을 입구 가까이에 둬서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맡기거나 찾기에 편리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다른 동물병원은 인포데스크에서 간호사가 일차적으로 응대하고 그다음에 진료실로 들어간다. 이 부분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보호자가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진료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굳이 진료실까지 갈 필요가 없는 클리닉 Bar라는 오픈형 1차 진료 시스템을 생각했다. 간단한 상담과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개념으로 리셉셥과 진료실이 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모두 클라이언트와 충분히 상의를 거쳐서 만들어진 시스템들이다. 



Q. ‘그녀의 동물병원’ 자체로 특별한 전문병원인데 이런 점에서 어떤 특별한 연출이 있었나?

A. 그녀의 동물병원을 디자인하면서 그녀와의 공원 산책이라는 컨셉을 잡고 그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었고 그 스토리를 따라 병원을 디자인했다. 따듯한 봄, 주말, 오전 11시, 아름다운 여성이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집 앞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에는 잠시 반려동물을 맡겨 놓을 곳도 있고, 반려동물과 관련된 상품들을 쇼핑할 곳도 있다. 잠시 차 한 잔을 마실 곳도 있고 갑자기 반려동물이 아플 때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있다면 포근한 집을 떠오르게 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녀의 반려동물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있어서 언제나 든든하다. 치료가 끝나면 다시 공원으로 나와 산책을 마저 할 수 있다. 이 스토리를 공간에 적용해 풀어나갔다. 스토리와 연출을 묶어서 직관적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곳에서는 누구에게나 쉽게 느껴지도록 풀어냈고, 은유적으로 풀어야 하는 곳에서는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표현했다. 출입구에서 뒤쪽 테라스까지 시선이 이어지도록 해서 야외 테라스에서도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각종 룸을 배치했고 진료실 등의 외부를 다양하게 시각화해서 공간 고유의 매력을 살렸다. 또 외부 테라스 벽면과 유사한 재질로 외부와 내부에 연속성을 줬고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입체적인 느낌을 줬다.



Q. 완성된 프로젝트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A. 항상 프로젝트가 끝나면 아쉬움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녀의 동물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조금 더 연구하고 내가 조금 더 고민했더라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동물병원, 그중에서도 행동학 진료라는 전문적인 분야의 공간이라 내 노력이 모자랐던 것은 아니었나 아무래도 아쉽다.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지만, 아무래도 끝난 프로젝트를 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Q. 디자이너로서 추구하는 가치 혹은 지향하는 방향은 어떤가? 또 그런 점을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하는가?

A. 인테리어 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상업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게 다른 이의 재화를 사용해서 디자이너의 감각을 표현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간과 스토리를 일체화하려고 노력한다. 컨셉과 스토리가 있는 공간은 사업적으로 분명히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성공이 아닌 클라이언트의 성공에 조력자가 되고 보탬이 되고자 한다. 또 생각을 공유하고 공간을 상상한다는 우리의 모토처럼 누구나 생각과 상상을 할 수 있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 서투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동물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클라이언트가 평소에 가져왔던 이미지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클라이언트의 재치와 전문성을 디자이너로서 잘 표현하고, 이런 모든 과정을 통해, 그녀의 동물병원뿐 아니라 모든 클라이언트가 성공하도록 돕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A. 요즘 오리지널 시카고 피자라는 브랜드의 공간 디자인을 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함께 했고, 또 다른 브랜드의 런칭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공간 디자인을 해오면서 내가 즐거워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공간 디자인뿐 아니라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만드는 일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분야든 브랜드를 기획하고, 사업적 성공으로 귀결시켜 공상플래닛이라는 이름이 브랜드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인터뷰 기사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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