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연희동 주택가 사이를 걷다 보면 하얀색 담 너머에 ‘은는’을 발견할 수 있다. 담을 따라 우거진 나무와 그 너머로 보이는 박공 지붕의 2층 주택은 여느 주택과 비슷하다. 열린 대문 사이로 들어서면 공간 설명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마당 한 켠에 놓여있는데, 이곳은 독립서점을 비롯해 카페와 핸드백 매장 등 서로 다른 여섯 개의 브랜드가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디자이너는 하나의 독립된 주택을 개조해 한 울타리 안에 여러 브랜드를 입점시켰지만 각 브랜드만의 고유한 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입구를 분리해 개별 동선을 만들었다. 마당에서 보았을 때 하나였던 공간은 입구를 통해 각각의 브랜드로 통한다. 입구를 향해 난 창은 마당의 계절을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 디자이너는 각각의 브랜드가 한 공간에 모여 있어도 위치에 따른 접근성이나 노출 빈도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다른 마감재와 형태로 디자인된 계단은 방문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그들의 발길을 이끈다. 개성이 뚜렷한 각기 다른 이미지들은 주택 공간을 통해 연결되며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다.

 
지역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누구든 그 곳이 이제 막 지어진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익숙한 동네 풍경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러한 공간은 동네의 공기를 바꿔놓으며 활기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자칫 지역 고유의 문화를 흐트러놓기도 한다. 쿼츠랩은 한적한 주택가 연희동의 분위기를 간직하는 한편, 각 브랜드마다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해 지역 템포와 맞는 공유 공간 ‘은는’을 완성시켰다.
 
기사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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