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 The Daily Beauty

일상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오늘을 기록하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때대로 우리에게 잔잔한 미소를, 신선한 환기를 제공한다. 여기에 ‘구름 껴도 맑음’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작가와 그래픽 디자이너 도요 작가의 인터뷰를 담았다. 일상의 반짝임을 보여주는 두 사람. 그들이 경험하는 일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구름 껴도 맑음 -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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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에 숨을 불어넣는 그림이 있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그린다. 누구나 한번쯤 나눠봤을 대화, 겪어 봤던 순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림으로 바라본 일상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따뜻하다. 보고 있자면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구름 껴도 맑음>의 배성태 작가를 만났다. 신혼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연재를 시작했다던 그의 대답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구름 껴도 맑음>이 빛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Q. 독자가 직접 채우도록 비워둔 말풍선은 어떤 의도인가?
 
A. 제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사랑하면 모두 시인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처럼 다른 사람의 멋진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자신이 겪은 평범한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설레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연이 많을 때는 그림 하나에 몇 백 개의 글이 달리지만 어떤 마음으로 쓴 글인지 알기 때문에 글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고 있어요.
 
Q. 일상이 주제라서 소재를 찾아내는 데 어려웠던 적은 없나?
 
A. 처음 시작할 때처럼 소재가 끊임없이 솟아난다는 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신기하게 아직도 소재들이 떠오르고 여태 쓰지 못한 소재들도 많아요. 친한 친구일수록 대화의 소재가 많아지는 것처럼 아내와 결혼생활을 할수록 여태까지와는 또 다른 다양한 소재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Q. 그림의 또 다른 주인공, 아내 분은 ‘구름 껴도 맑음’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나?
 
A. 둘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아내까지 직업병이 생겨버렸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저의 첫 번째 독자인 아내의 반응이나 조언을 많이 받아요. 아이디어는 주로 아내와의 대화나 생활에서 얻는데, 이제는 서로 말하다 말고 “어? 이거 그려라 오빠.” “어? 이거 그리면 재밌겠다.” 하는 게 잦아졌죠.
 
Q.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은?
 
A. <구름 껴도 맑음>의 처음에 나오는 텅 빈 집을 가장 좋아해요. 별다른 색도 없이 사람의 뒷모습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는 그림인데, 하얗게 텅 비어있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가득 차 있는 이 그림은 우리가 결혼을 하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이 함축되어 있어요. 앞으로 같이 살아가며 채우자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의 집을 만들어 줄 가구들도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들도요.
 
Q. <구름 껴도 맑음>은 많은 등장 인물과 다양한 컬러 대신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A. 간단한 몇 가지의 색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야기에 필요 없는 색을 줄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어요. 등장하는 것의 감정에 따라 색을 더 얹기도 하고요. 그림보다는 이야기에 무게를 두고 그림은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돕는 요소라고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Q. 신혼 생활을 연재하고 있다. 수많은 일상 중에 신혼 생활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처음에는 저만을 위한 기록 과정이었어요. 그림을 보면 그때의 순간들이 영상처럼 번뜩 떠오르는 게 좋아요. 사진으로는 남길 수 없는 순간을 그림으로 남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신혼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림으로 기록하던 일이 운이 좋게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응원을 얻었어요.
 
Q. <구름 껴도 맑음>의 일상은 언제나 행복하다. 다투거나 싸웠던 적은 없는지?
 
A. 많은 분들이 물어보더라고요. 정말 그렇게 달달하기만 하냐고. 사실 다투는 소재는 많이 없기는 하지만 저희도 싸우기는 싸우죠. 다만 싸운다는 게 저희는 상대를 비난하고 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서로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가진 후 의견을 나눠요. 그러면 서로 이해할 수 있더군요.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아마 재미가 없을 거예요.(웃음)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Q.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예상했나?
 
A. 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처음 <구름 껴도 맑음>을 텀블벅으로 펀딩했을 때,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던 저의 그림을 담은 엉성한 책을 천명 가까이 후원해주셨다는 거예요.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계속 그려야할지 고민하던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를 거예요.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용기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어요.
 
Q. 일러스트는 어떻게 시작했나?
 
A. 저는 만화를 전공했지만 이야기를 길게 풀어내는 것에는 재능이 없는 걸 알고 저에게 맞는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어요. 그러던 도중 아내와 결혼을 하고 문득 우리의 순간을 사진처럼 남기고 싶어서 한 컷의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만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림에 공감을 해 주셔서 신기했죠. 처음에는 순전히 재미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독자들의 관심으로 작업을 이어가게 됐어요.
 
Q. <구름 껴도 맑음>은 앞으로도 쭉 볼 수 있나?
 
A. 저는 신혼을 다루지만 크게는 제가 살면서 일어나는 일상들을 다뤄요. 사람의 삶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그런 작은 일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에 많이 집중해요.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가 소재가 되기도 하고 좋아하는 요리를 하는 일,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던 주말 등 하루에 일어나는 많은 사소한 일들이 소재가 돼요. 살아가면서 소재도 변할 것 같아요. 아내가 임신하면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죠. 아기가 태어나면 육아일기를 주로 쓸 것 같아요. 소재도 저와 같이 나이를 먹는 거죠. 독자들도요. 메시지가 있거나 교훈을 주는 등의 의도는 없어요. 다만 읽는 이를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는 담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여러 가지 굿즈를 통해서 저만의 브랜드도 만들고 싶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독립출판도 하고 싶어요. 종종 4컷 만화도 그리고 있는데 그림도 다르고 호흡도 달라서 많은 부분 연습해야해요. 그래도 지금 가장 재미있게 작업하는 것이 4컷 만화예요. 2017년에는 지금 연재하는 일러스트 <구름 껴도 맑음>처럼 4컷 만화만으로도 책을 내는 것이 목표예요.
 
 
 
콜라주로 말하다 - 그래픽 디자이너 D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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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간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사진이나 그림을 오려 붙였던 경험이 있다. 손에 풀이 덕지덕지 묻어 사진이 손가락에서 떨어지지 않고, 휴지로 풀을 닦아내면 휴지가 손가락에 붙어 어쩌면, 그림보다 손가락에 집중했던 수업이었다. 그림이나 사진 등 ‘예술’이라 불리는 모든 것에 도통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그런 분야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동안 SNS에서 눈 여겨 보았던 그래픽 디자이너 Doyo를 무작정 찾아갔다.
 
ⓒDoyo
 
Q.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A. 단국대학교에서 영상콘텐츠를 전공하고 있는 안도영이라고 해요. An Doyong이라는 영문 이름에서 딴 Doyo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Q. 주로 SNS를 통해 많이 봤다. 언제부터 아트워크를 시작했나?
 
A. 페이스북과 노트폴리오, 그라폴리오에 중점적으로 올리고 있어요. 전역하고 나오니 동기 여자 친구들은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부러웠어요. 저도 ‘뭐라도 해야겠다’ 라는 조바심이 들어 취미였던 사진을 시작했는데,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지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하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트워크를 접하게 됐어요. 재밌을 것 같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Q. 사진을 활용한 콜라주가 많이 보이던데.
 
A. 원래 사진 찍는 것을 되게 좋아했어요. 사진을 찍다 보니까 사진을 바탕으로 한 싱글커버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그러다가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앨범 아트를 보고 ‘아 이제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하나 둘씩 취미 삼아 해봤어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음악 하시는 분들과 작업 할수 있었고 오늘처럼 무대를 꾸밀 기회도 갖게 된 것 같아요.
 
Q. ‘네이버 디자이너 윈도 패션쇼’에 참여하게 됐다고 들었다.
 
A. 제가 그라폴리오라는 플랫폼에 항상 작업을 올리는데, 네이버 측에서 오늘(지난 10. 19) DDP에서 열리는 ‘네이버 디자이너 윈도 패션쇼’ 이정록 디자이너님의 무대를 저와 콜라보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생각치도 못한 콜라보였고, 이렇게 규모있는 협업은 처음이라 많이 놀랐어요.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며 콜라보 무대를 준비했어요. 사실 ‘패션이라는 장르에 제 작품이 잘 녹아들까’라는 걱정도 했지만 저의 작품으로 꾸며진 패션쇼 무대를 보니 그동안의 걱정이
싹 가셨어요. 무사히 해낸 것 같아 다행이에요.(웃음)
 
Q. 아티스트 분과는 어떤 작업을 했나?
 
A. 진민호님의 정규앨범 ‘IM’ part.1과 크리스피 크런치의 ‘상남자’라는 곡의 앨범커버를 맡기도 했고, 그 외에도 Binche, 우하민, 나무꾼, Luna_tune, GLENCHOII, $HEON 등 많은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했어요.
 
Q. 커먼띵즈라는 팀에서 활동중인 걸로 안다.
 
A. 처음에는 대구 힙합 팀에 소속돼 랩 하는 친구들 디자인을 도와줬어요, 짤막짤막하게. 그러던 중 저희 학교 종합 예술팀인 커먼띵즈에서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 온 거에요. 그래서 영상과 디제이를 하던 형들과 함께, 저는 아트워크를 담당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Q.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A. 평소에 사진들을 자주 봐요. 콜라주하는 해외 작가 분들 작품이나, 요새는 SNS가 워낙 잘돼있어서 다양한 작가 분들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사진이 저작권에 민감하다 보니까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저작권 없는 사진을 모아놓은 사이트를 주로 봐요. 살펴 보다가 ‘이거다!’싶은 사진이 있으면 그 사진을 메인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주제나 방향을 잡고 세부적인 작업에 들어가요.

ⓒDoyo
 
Q. 좋아하는 사진 작가 분이 있나?
 
A. ‘김문독’이라는 사진 작가 분이 있는데 SNS 친구 추가해서 몰래 훔쳐보고 있어요.(웃음) 그분은 자연스럽기보다는 비틀어서 표현해요. 처음에는 ‘뭐지?’ 싶었는데 자꾸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콜라주 아티스트 중에서는 벨기에의 예술가인 새미 슬라빈크(Sammy Slabbinck)님을 가장 존경해요. 그 분의 작품을 보고 콜라주 아트워크를 시작하기도 했고요. 전혀 연관이 없는 듯한 소재들을 콜라주해 위트 있게 재해석하는 것이 재밌어요.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Q. 본인 아트워크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A. <서투른 따뜻함에 빠지다>라는 작품이요. 제가 평소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아트워크에 짤막한 글을 함께 담기도 하거든요. <서투른 따뜻함에 빠지다>같은 경우에는 제가 쓴 글을 작품 안에 담아냈거든요, 자막처럼. 제가 생각하는 글의 분위기와 작품 전체의 색감이 조화롭게 느껴져서 가장 애정하고 있어요.
 
Q. 주로 콜라주를 많이 하는 이유는?
 
A. 제가 사실 포토샵을 잘하는 편은 아니거든요.(웃음) 포토샵을 잘하면 초현실적으로 합성하는 것이 가능해요. 근데 그보다도 제 생각을 투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투박함에서 어쩌면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을 보면 자연스럽진 않아요.
 
Q.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A. 모두 각자 나름의 바쁜 일상을 보내잖아요. 각박한 일상에 치여서 늘 낭만과 여유를 꿈꾸는데 사실, 낭만이란 건 우리 가까이에 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전혀 관계 없는 소재들이 모여 새로운 작품이 되는 콜라주처럼 낭만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일상에서 낭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문학적 분야라면?
 
A. SNS에 시를 게재하는 ‘서덕준’이라는 시인이 계시는데, 그 분과 한번 협업 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요. 원래 시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닌데, 서덕준님의 시는 짧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문구도 있고, 또 조금은 어렵지만 공감되는 시도 많았거든요. 말들 하나하나가 예뻐서 저장해두고 읽을 때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섬세한 감성을 지닌 분과 협업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꼭 작업해보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A. 기회가 된다면 제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커먼띵즈에서는 아트워크를 영상화한다던가, 청각적으로 활용해서 영상과 디제이, 아트워크가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구상하고 있고요. 시인이나 문학적 분야에 계신 분과도 협업해보고 싶어서 직접 연락을 드려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계획 중이긴 하지만요.(웃음)
 
인터뷰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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