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소보루는 오래된 농가를 개조해서 만든 게스트하우스다. 디자이너가 처음 건물을 마주했을 때 농가는 경사지를 따라 자연스레 남향을 바라본 ㄱ자 형태였다. 비교적 작은 3칸으로 구성된 안채와 부속채는 전형적인 농가주택의 풍모를 보여주며 서향으로는 지리산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디자이너는 남향으로 펼쳐진 마을보다 지리산 풍경이 한옥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더 잘 어우러지리라 생각했고, 지금의 소보루는 지리산을 한껏 취하고 있다. 남측과 북측에 위치한 두 개의 공간을 가로 지르는 주 출입동선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건축적 산책로다. 기존 대청마루가 있던 자리로, 복도를 따라 내부로 들어서면 지리산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리모델링은 시간의 흔적을 연장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신설되는 공간과 건축 어휘가 이전 공간을 배려하고 매개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적극적인 복원과 버리기를 통해 실현된다. 건축주의 전원생활을 위한 안채, 숙박을 위한 부속채로 구분했다. 안채에는 새로운 공간이 추가되는 반면 부속채는 현재 공간을 유지하는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남측 마당에 위치한 주출입구는 안채가 있는 동측으로 변경했다. 이로인해 기존 한옥의 모습과 증축된 신규 건물이 함께 보인다. 작은 마당과 구들을 이용한 징검돌은 방문객들을 자연스레 집으로 인도한다.


 
부속채는 미송합판으로 마감된 내부에 굳센 기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존의 보가 전체 공간을 지배한다. 미송합판의 옹이가 간결한 공간에 불규칙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투숙객을 위한 침대와 간단한 가구만을 설치해 정제된 공간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침대와 마주한 창으로는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하동 소보루의 정취를 더한다.
 
기사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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