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제작 전문회사인 하우즈(HOWZ)의 사무실 이전 프로젝트는 마치 퍼즐을 재조립하는 과정과 같았다. 스텝들 각자의 애정이 묻어있는 가구와 집기 등을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며 이전 배치하는데 포커스를 맞추어 디자인되었다. 신축건물 1층에 위치한 오피스에는 정문과 후문 2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모두 외기에 면해있어 각각 전실을 두어 방풍실의 기능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이전 사무실보다 작은 면적이라는 불리한 상황을 핵심 공간인 회의실과 관리부를 개별공간으로 형성하고 대표실을 비롯한 나머지 공간을 오픈된 공간에 배치해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기존의 밝은 색상의 목재로 만들어진 책상과 책장들의 조화를 위해 천장, 벽, 바닥 등 베이스를 모노톤으로 배색해 전체적인 분위기에 일관성과 연속성을 더했다. 


 
Q. 하우즈 오피스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A.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론이 있잖아요. 저는 디자인을 하면서 저만의 프로세스라고 할까, 항상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요. 가장 먼저 ‘문제가 무엇인가’를 탐색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거죠. 그 과정에서 기능적인 부분, 예를 들자면 하우즈 오피스는 일을 하기 위한 사무실이니까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동선과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하우즈 오피스도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원래 있던 사무실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을 파악하고 사용자에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부분들을 이곳에서 어떻게 해결하고 구현할 것인가를 생각했죠. 



Q. 클라이언트에게 채워지지 않았던 필요란 어떤 것이었나?

A. 하우즈 오피스에서는 우선 회의실에 대한 부분이 컸어요. 유명한 광고회사이니만큼 크리에이티브한 회의가 잦은데, 회의라는 게 가만히 앉아서 종이만 앞에 놓고 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분들이니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공유되어야 하잖아요. 큰 글라스 보드를 만들어서 한눈에 보기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회의 중에 나오는 여러 의견들을 이곳에서 정리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거죠. 또 다른 벽면에는 핀 업(Pin-up)이 가능한 보드를 따로 설치했어요. 꼭 공유해야 할 자료나 게시할 내용을 이쪽에 정리해놓을 수 있게요. 이런 식으로 회의와 관련해서 회의 중에 있을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을 예상하고 그런 것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죠. 



Q. 문제를 파악하고 예상해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해결된 문제는 또 어떤 것이 있나?

A. 하우즈 오피스에는 출입구가 두 개가 있는데 그 출입구에 방풍실을 설치했어요. 앞쪽 입구에는 이미지 월(Image-Wall)을 만들어서 회사의 분위기와 아이덴티티를 드러냈고, 뒤쪽 입구에는 탕비실처럼 유용한 공간을 만들었고요. 제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운 것 중 하나는 독일에는 독일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건축과 디자인이 있고 한국에는 한국의 기후에 맞는 건축과 디자인이 따로 있다는 거에요. 한국의 기후에서는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는 출입구에 공기층을 만들어 줘야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출입구 사용이 잦은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또 오피스에는 오피스에 맞는 고려사항들이 있잖아요. 업무효율과 기능성을 위해서도 실내환경을 항상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방풍실을 만들었어요. 외부인이 오며 가며 볼 수 있는 출입구에는 방풍실을 이미지 월로 만들어서 시각적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고, 직원들이 많이 쓰는 뒤쪽 출입구에는 탕비실과 함께 만들어 동선을 최적화했죠.



Q. 하우즈 오피스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A. 크게 힘든 일은 없었지만, 굳이 생각하자면 사무실이 조금 작아졌다는 점이에요. 클라이언트가 사무실을 옮기면서 사무실 규모가 조금 작아졌고 인원은 늘었어요. 그래서 개인 룸을 사용하시던 분들이 부득이하게 오픈된 곳으로 나오셔야 했어요. 그건 사실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데, 저는 직원분들을 또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픈된 공간이되 마치 개인 룸처럼 쓸 수 있도록 만들었죠. 파티션을 이용해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오픈되어 있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랐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구역과 구역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가 오픈되어 자유로워 보이고 동시에 각자 자리에서는 독립된 공간처럼 느껴져요. 개인 룸을 쓰시던 분들과 직원분들 모두에게 최적의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확보해 드리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였고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죠. 





Q. 파티션을 적절히 사용해 그런 결과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파티션은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가?

A. 여기 쓰인 파티션은 제가 고른 게 아니고 원래 사무실에 있던 것을 가져온 거에요. 사무실을 옮기면서 모든 가구를 새로 사거나 만들거나 하는 건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도 많이 들고 사무실을 이용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원래 사무실에 있던 것들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파티션은 대부분 원래 것을 가져왔고요. 부족한 만큼은 원래 것과 맞춰서 제작했어요. 덕분에 맞춘 것처럼 잘 어울리게 됐죠. 회의실에 있는 회의 테이블도 원래 것 그대로예요. 작은 책장 하나부터 파티션, 테이블 등등 원래 사용하던 분들의 사용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전체적으로 어울리도록 고려했어요.



Q. 어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전부를 새롭게 설계하고는 하는데, 원래 있던 것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저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저의 개성과 취향이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개성과 취향도 있잖아요. 그런 걸로 고집을 피우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완전히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게 더 편하고 쉽지만 편하고 쉬운 일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같은 맥락에서 저는 건물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다 뜯어고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있는 그대로의 건강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만큼 디자이너의 고민은 더 커질 테지만 건물을 상하게 한다거나 배관을 다 뜯어서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제가 더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하우즈 오피스에서도 건물이나 배관, 에어컨처럼 기본적으로 구조되어있는 것들은 그대로 뒀어요. 대신 제가 조금 더 고민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획하려고 애썼어요.

 
 
인터뷰 기사 노일영
사진 여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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